즐거운 크리스마스들 보내셨는지요? 크리스마스의 여운이 채 가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신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요즘입니다. 나이가 들 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하던데 실감하게 됩니다.
매 번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아이들의 동심을 깨지 않기 위해 부모로서 분주한 생활을 하게 됩니다. 사실 저는 몸으로 방어하고 구체적인 계획은 아내가 실행을 하는데요,
옛날과는 달리 수많은 매체가 발달되고 아이들 간의 사회적 소통으로 인해서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산타할아버지의 동심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지고 있나 봅니다.
아마도 이번 크리스마스가 우리 가족에게 찾아오는 마지막 동심이 아닐까 하면서 기록을 남겨봅니다.
저희 가족뿐만 아니라 12월이 되면 항상 아이들에게 협박(?)을 하는 도구가 있었습니다.
"너희 자꾸 싸우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주신다.!"
"싼타 할아버지는 말 안 듣는 것을 모두 알고 계신다....?"
"착한 일을 해야 산타할아버지가 이번에 선물 주실 거야"
"오늘 둘이서 싸우면 선물을 안 주실걸?"
" 엄마, 아빠 심부름은 정말로 착한 일이지. 산타할아버지 보고 계셔~!"
사실 큰 아이는 이미 알고 있는 산타할아버지의 존재
산타아빠와 산타엄마가 싼타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아니 작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확인을 이번 크리스마스에 했을 뿐이죠.
크리스마스 다음 날 갑자기 잘 놀던 둘째 딸이 한마디 합니다.
아빠! 아빠가 산타지?
"어... 어? 그게 무슨 소리야?
어제 아빠하고 산타할아버지 기다리던 것 잊었어?
어떻게 아빠가 산타야?
(~~~~ 뜨끔, 나이가 들어갈수록
늘어만 가는 선의의 거짓말입니다. ^^) 갑자기 왜? 애들이 무슨 말했어?"
OO가 그러는데
OO 이는 엄마아빠가 산타래~~
이제는 내년까지 크리스마스의 동심을 다시 한번 기대할 날을 기원하며 크리스마스 이전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2021년 크리스마스 편지
산타할아버지
저는 OO 에요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은
진짜 고. 양. 이. (사?) 주세요!!
품종은 말이죠
스코티쉬폴드예요.
색깔은 흰색 갈색 검은색이 있어요
#@$^%@#$^@#$^@#$^
삐뚤빼뚤한 글씨에 정확히 새겨진 고양이의 품종,
디테일한 설명에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둘째는 동심이 있구나를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작년에는 나름 재치 있다고 생각되는 선물(초청장)로서 크리스마스를 보냈는데요.
올해의 크리스마스가 다가옵니다.
보통 요 시기엔 크리스마스트리도 꺼내고 리스도 만들고 집안 꾸미기를 하곤 했는데 올해는 무슨 일이 그렇게 바빴는지 주변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동안 시작도 못했습니다.
이제 창고에 있는 비닐로 쌓인 트리를 꺼내고는 방울도 달아야 하는데 퇴근하고 보니 아내가 이미 아이들과 함께 달아 놓았습니다. 어릴 때는 부모가 사는 것이 바로 선물이었지만 이제는 아이들의 머리가 큰 만큼 의중파악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편지 안 쓰니?라고 이야기를 던져놓았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이 좀 컸음일까요?
좀처럼 아이들이 편지를 쓰지 않습니다.
작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아이들 각자에게 태권도, 영어 등의 학원비중이 늘었다는 것 때문인지 편지를 미리 쓰는 빠릿빠릿한 모습은 없고 시간이 나에게 허락해 주겠지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나 봅니다.
미리 준비해야 하는 엄마 아빠 산타로서는 발만 동동 구르게 되는데요(사실, 저는 연말업무로 바빠서 아내가 많이 신경을 썼습니다.)
바로 다음 날 새벽에도 도착하는 쿠팡와우, 새벽배송 등이 있어 미리 알아야 좀 더 저렴한 가격비교를 할 수 있어 미리 편지를 강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3일의 둘째의 편지를 지난 포스팅에서 다루기도 했는데요, 둘째가 쓴 편지가 궁금하시면 [산타 할아버지께] 초등생이 원하는 크리스마스 선물 글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22일에 작성한 둘째의 편지, 첫째는 23일에 편지를 완성했으나 역시나 부모 산타의 존재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콕 집어서 이야기해 줍니다.
To. 싼타
산타할아버지
저 OO에요
선물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알고 있지? ^^)
평균대, 마루, 도마, 2단 평행봉,
기계체조를 배우게 해 주세요.
!@#%!$@^$%@$%^%
작년에는 실내동물원 티켓으로 위기를 모면했으나 올해는 위기를 넘기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드디어 대망의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사회에 눈을 뜨는 둘째에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면서도 선물을 주는 산타할아버지의 존재에 대해서 정말 궁금증이 폭발하게 되더군요.
아이가 던지는 하나하나의 말 한마디에 웃음도 나오면서도 아이의 말을 하나하나 기억하려 노력했습니다.
이제는 다시 오지 않을 호기심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와의 대화를 돌아봅니다.
아빠! 산타할아버지는
우리 집에 어떻게 오지?
공동 현관 비밀번호는
알고 계실까?
산타할아버지가
내 편지를
설마 못 보는 건
아니겠지?
"산타할아버지는
공동현관 카드를
갖고 계실 거야.
택배 아저씨들도
공동현관 키 가지고 있듯이 말이야.
그리고 산타할아버지는
멀리서도 편지를 보고 계셔
걱정 안 해도 돼요.
그래야 선물을 사 오시지."
갑자기 폭증하는 질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혹시 친구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아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서 산타의 존재성에 대한 확인을 하고 싶은 것일까? 아무튼 빵빵 터질만한 질문에 웃음을 참느라 진땀을 좀 뺐습니다.
아빠는
산타할아버지
본 적 있어?
"아니~~
산타할아버지는
얼굴을 보면 도망가요~"
우리 집 현관
비밀번호를
몰라서
못 들어오시면
어떡하지?
"어 괜찮아.
아빠가 현관문 열어놓을게.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호기심이 다 해결되었거니 하면서 저녁을 먹고 나니 아내가 무언가 신호를 보내줍니다.
아이의 선물을 포장해야겠다는 신호였지요. 그래서 거실에서 작년을 회상하면서 또다시 크리스마스에서 산타이야기로 화재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
.
.
.
.
아이의 질문이 산타의 부재에 대한 질문인가 아님 산타에 대한 기대의 질문인가 아리송하는 사이에 아이가 한 번에 훅 들어옵니다.
아빠!
내가 생각한 건데
오늘 밤에 잠을 안 자고
침대에서 기다리다가
산타할아버지가
들어오시면
선물을 놓을 때
살금살금 걸어가서
'워~'하고 놀래킬꺼야
킥킥킥
그러면 산타할아버지는
깜짝 놀라겠지?
그러면 그때
산타할아버지
얼굴을 볼 거야.
아빠가
내 옆에서 누워있다가
잠들지 말고
같이 산타할아버지를
확 잡는 거야!!
"어? 그럴까?
그런데 산타할아버지가
잠 깨어 있는 거 보고
도망가면 어쩌려고?
잘 자고 있어야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트리 옆에 놓고 가시지."
그래서 내가 고민했어
산타할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시면
집에 들어와서 선물을 놓는 순간
뒤에서 산타할아버지를
잡고 얼굴을 보는 거야.
내가 잠 안 자려고 준비했어
(분무기)
이걸로 이마에 쓱 뿌리고
눈가를 비벼주면
잠을 깰 수 있어
아빠! 혹시 잠들면
안되니까
나하고 같이 침대 옆에서
기다리자!!
어이쿠, 영락없이 오늘도 아이의 방으로 납치가 되게 생겼습니다. 납치가 아니라 생포(?)되어 잠도 못 잘 지경이 되었네요.
어떻게든 아내가 정성스럽게 포장한 선물을 놓을 타이밍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분무기를 준비하면서 밤을 샐 치밀한(?) 계획을 세운 둘째 딸의 계획 누설로 저는 방해공작을 계획해 봅니다.
"OO야 그런데,
아직 9시밖에 안되었는데
지금 자야 하지 않을까?
아빠가 12시 되기 전에
알람을 맞춰놓을게.
산타할아버지가 들어올 수 있게
비밀번호도 문 앞에 붙여놓을 거야.
그리고 아빠가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내려놓으실 때
잽싸게 달려가서
도망가지 못하도록
산타할아버지 다리를 콱 잡을게.
그런데 잡다가 바지가 벗겨지면
어떡하지? 다른 집에 선물하러 못 갈 텐데...
킥킥킥 정말?
아빠가 잡아 줄 거야?
산타할아버지 바지가 벗겨지면
좀 창피하겠다. 히히
그래도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시는데
오늘 꼭 인사하고 싶어.
아마 산타할아버지는
내가 침대(난방텐트)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모르실 거야
(아니야~~ 다 알고 있어ㅎㅎ)
더 많은 대화가 있었으나 밤새 웃고 떠들면서 대화를 했던 좋은 기억의 잔상을 남기고 대화를 여기까지만 적었습니다. (사실 기억이 아니라 이제는 상상이 될 것만 같습니다. )
그러고는 10시 전에 잠에 들었는데 10분에 한 번씩 아이가 저를 깨우면서 분무기를 달라고 합니다.
눈이 감기고 있으니 잠이 깨야겠다고 하는데 저는 이때다 하면서 아이를 적극적으로 회유를 하고 아이를 재우는 데 성공했습니다.
둘째의 선물은 성공을 했습니다. 잠시 크리스마스 후기를 남겨보자면 새벽 4시에 아이가 일어나서 저를 깨우더니 트리 옆에 박스를 한 번 어둠 속에서 스캔하고 와서 이야기합니다.
아빠! 왜 안깨웠어?
알람을 맞췄어야지.
아빠는 산타할아버지 봤어?
선물이 언니껀 없네?
그런데 아빠!
아빠가 산타지?
"아! 아빠까 깜빡 잠이 들었어
무슨소리야 아빠 옆에서 자고 있었는데..."
아빠가 알람 맞춰놨어야지
그리고 아빠가 나 잘 때
선물 두고 왔을 수도 있지
"아냐 아빠가 뒤늦게
산타할아버지 발자국 소리 듣고
잡으러 갔는데 나가버리셨어
봐봐. 아빠자 산타할아버지
놀라지 말라고 현광 센서등도 꺼 놨잖아.
좀 더 자자!!
결국은 다시 재우고 크리스마스를 맞았습니다.
선물은 그래비트랙스로 마무리 지었는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잘 가지고 노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아직까지 첫째의 선물은 어떻게 해결하지 못한 채 다음 날 첫째의 선물은 쇼핑몰에서 해결을 완료 지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를 보내면서 엄마 산타, 아빠 산타를 넘어 이제는 언니 산타까지 지원군을 얻기는 했습니다만, 내년에도 산타의 역할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내년에도 마지막 동심으로의 여행에 성공하기를 기원해 봅니다. 불현듯 아인슈타인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나는 학생을 가르치지 않는다.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뿐이다.
누군가는 부모로, 누군가는 학부모의 위치에 있겠지만 아이에게 즐거운 기억을 저장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려 하기 보다는 좋은 기억,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하지만 아이들 학년이 커 갈수록 정형화된 교육의 틀 안에 가두려는 것은 아닌지 한 번 반성해봅니다.
경험이 미숙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지는 못했지만 아이의 참신한 발언과 의견을 생각해보면 호기심이 한창일 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래도 무엇보다 건강하기를 생각하며 짧은 기억을 글로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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