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씨 로스팅] 커피만 로스팅되란 법은 없다. 하지만 두번은 No

[늙은호박 호박죽 만드는 법] 멧돌 호박으로 만드는 부드러운 호박죽 레시피

지난 주말은 늙은 호박과 씨름을 한 하루였는데요, 사실 호박 속만 파내서 호박죽만 만들었다면 많이 힘들다고 느끼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괜히 호박씨의 반질반질한 모습을 보고 로스팅을 해 봐야겠다는 욕심만 부리지 않았다면 말이죠. 

 

 
 

지난 주말에 요리했던 멧돌호박의 속입니다. 늙은 호박이 좀 덜 영글었는지 호박씨의 편중현상이 보입니다. 씨알도 생각보다 조금 작은 편이기도 했고요. 

 

 
 

문제의 발단은 호박속 끓이면서 배출되는 호박씨의 반질반질함에서 시작이 됩니다. 호박 속 육수를 끓이고 나서 걸러진 씨앗과 속을 숟가락으 긁었더니 호박씨만 가득한 모습에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삶은 호박씨
익힌 거지만

로스팅해서 먹어도 되지 않을까?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호박죽을 만들던 중 채반에 거른 호박씨와 호박속 중에서 호박속 실타래 같은 것들은 찬물을 흘려서 제거를 해 주었습니다. 

 
 
 

 

반질반질 오동통한게 점액질이 보이는 호박씨의 모습이었는데요, 일단 이빨로 깨물어 까 보았더니 물에 불은 호박씨라 강낭콩의 콩껍질이 까지듯이 잘 벗겨지면서 민무늬의 씨앗이 나옵니다. 깨물어 보니 고소한 듯 하면서도 갓 캐낸 땅콩을 찐 맛과 비슷합니다.  
 
채반에 거르고 말리려고 해 보았지만 햇볕에 쫙 펴서 말리는 것이 아닌 이상 금방 말리기는 어렵다 생각이 되어 프라이팬으로 수분을 날리고 로스팅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집에 가정용 로스터기가 있다면 가정용 로스터기로도 충분히 로스팅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프라이팬을 가열하고 호박씨를 약불에 가열을 해 주었습니다. 
 
 

 
 
 
볶을 수록 고소한 향이 올라오면서 남아있던 점액질과 호박속 실타래 같은 것들이 익어가면서 단호박향을 내뿜는 게 일단 향으로는 합격입니다. 

 

 
 

 
물에 팅팅 불어있는 호박씨를 프라이팬을 가열하면서 수분을 날려줍니다. 볶다 보면 수증기가 살며시 올라오는 것이 보이는데요, 아직까지는 껍질을 까면 속껍질까지 까져서 영락없는 납작이 땅콩의 형상으로 먹기도 불편하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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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씨가 무르익어 가면서 커피 로스팅이나 팝콘 로스팅 처럼 탁탁 팝핑 현상이 나타납니다. 가끔씩은 한쪽이 살짝 데인듯 노란 호박씨의 모습도 관찰이 되고요. 

 

 
 

 
 

팝핑이 활발히 일어나는 동안 영상도 찍어 보았는데요, 벼룩이 뛰는 것마냥 호박씨가 탁 탁 하면서 튀어오릅니다. 팝핑이 끝날 때쯤에는 씨앗의 한쪽이 칼로 가른듯 볼록하게 튀어나왔는데요, 까서 먹어보니 정말 맥주 안주로 딱 좋습니다. 
 
처음에는 엄청난 노력(?)으로 작은 호박씨 껍질을 까서 먹었지만 껍질 채 씹어 먹어도 고소하고 부정적인 맛이 없어서 심심풀이 땅콩처럼 입에 한줌 넣고 오물오물 잘 먹었습니다. 
 
혹시라도 호박죽을 하는 분들이 있다면 호박씨를 프라이팬에 잘 볶아서 마른 뒤에 가루를 내어서 고소하게 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박씨 로스팅 호박죽부터 하라면 No 라고 하겠지만 호박씨만 누가 분리해주면 언제든 로스팅해서 먹고 싶을 만큼 로스팅 호박씨의 맛은 정말 좋았습니다. 
 
이상 주말 하루를 호박과 함께했던 이야기를 마칩니다.